17.04.20

 영화 파워레인저 더 비기닝 보고 왔습니다.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영화인지라, 퇴근길에 바로 극장으로 들렀는데, 사람 별로 없지 않을까 반 / 틀딱들 많이 오겠네 반 했는데 의외로 사람 쫌 있더라고요. 극장에서 영화 배분을 좀 안 한 탓인지 극장에서도 가장 작은 관에 배정되었는데 그래도 열 몇명 넘게 온 것 같습니다. 아이 데리고 온 아버지도 계셨고... 오호호호.

 스포일러 자아아안뜩 들어가있을 것 같지만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언뜻보면 MMPR하고 엄청 다르게, 노선을 바꿔서 신선한 영화를 만들었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거 사실 MMPR 오마쥬 진짜 엄청 많이 들어가있습니다. 등장인물들부터 시작해서 대사 하나하나에 공들인 흔적이 보여서 엄청 반갑고 즐겁고 좋았습니다. 진짜 영화 보는 내내 몇 번이나 소리지를 뻔 했는지 모를 지경이네요.

 우선 등장인물들 기믹이 거의 그대로 이어져왔어요. 특히 키퍼슨급쯤 되는 빌리가 정말 대단한데, MMPR처럼 뭐 막 90년대 공돌이 고등학생의 기술력주제에 텔레포트도 가능하면서 통신기능까지 있는 손목시계를 뚝딱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아 얘가 공돌이구나... 하는 걸 진짜 잘 표현했습니다. 그 천재성을 집어넣기 위해서 만든 설정인 듯한 자폐증... 이 이게 극중에서 빌리가 위기를 맞이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게다가 빌리 파트에서 진짜 좋았던 게, 맨 처음에 초인적인 힘을 얻고 나서 한 30미터 점프할 때. 빌리는 이걸 잘 못 해서 주저주저하다가 간신히 뛰는데, 이건 아무리봐도 MMPR 2화에서 고소공포증 비스무리한 것을 극복하는 모습이 떠올라서 진짜 좋았네요.

 캐릭터가 가장 바뀐 것 같은 건 아무래도 트리니인데, 일단 동양인 기믹은 잭이 가져가버렸습니다만 얘는 얘대로 진짜 신선한 수퍼히어로 캐릭터를 만들어놨네요. 저도 가방끈은 짧지만 레즈비언 + 마약하고 있는 히어로가 있다는 말은 여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둘 다 대놓고 언급한 건 아닙니다만 극중 묘사가 아무리봐도 둘다 하고 있습니다 ... 특히 리타가 트리니를 먼저 찍고 마중하러 온 것도 이런 히어로치곤 네거티브한 요소를 눈독들여서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던의 변화가 무척 인상적인데, 다른 건 다 치우더라도 MMPR에서는 정의롭고 올바르게 힘을 사용할 줄 아는 젊은이들을 원했건만, 이번에는 어쩌다가 굴러들어온 아이들이 도무지 힘에 적응을 못 하고 변신도 제대로 못 해서 빡쳐하는 부분에서는 조던도 존나 선하기만 한 초월자같은 존재에서 과거에 레인저도 한 번 해 봤던 인간적인 캐릭터... 라는 점이 드러나서 이건 이것대로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 시리즈가 계속된다면, 조던은 결국 TV시리즈와 같은 행보를 걷거나 뭐 그렇게 되겠지만서도 밋밋한 캐릭터가 꽤 입체적으로 나타난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네요.

 그럼에도 등장인물들 성격의 기본 틀은 거의 그대로 갖춰놓은 게, 은근히 정의로운 제이슨, 조던한테 깐죽대던 잭, (농담이지만) 파워레인저 못해먹겠다던 킴벌리.... 같은 요소들이 조금씩 드러나던 게 조금씩 나타나서 반갑기도 했고요.

 원작 오마쥬같은것도 진짜 소소하지만 마음에 드는게, 위에서 언급한 빌리 건도 그렇지만 대사 하나하나가 존나 대단합니다. 제이슨이 'Lets`s do it!' 하는 부분은 TV시리즈에서도 뭐 일벌릴려고 할 때마다 하던 대사인데, 비록 한 마디 나왔지만 그 억양을 제대로 살려서 외쳐주는 부분에서 한 번 지렸고요. 'It`s morphin time!' 은 뭐 말할 게 있겠습니까. 이 대사 언제 나오나 존나 조마조마하면서 보고있었다곤 차마 말을 못 하겠습니다만 이게 나만 그러진 않았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또한 리타가 골다를 만들어낼 때, '(make) my monster, grow!!' 하는 대사도.. 영화에서 저렇게 나왔던가는 긴가민가한데 하튼 저 대사 날리는 것도 존나 반가웠습니다. 이거 TV시리즈 리타 연기한 소가 마치코 씨가 미국 방문했을 때 주문받았던 대사였다... 하는 얘기를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하여튼 리타라면 저 대사가 없이는 얘기가 안 되지요.

 트레이닝 씬 중에서도 비스무리한 게 나오는데, 리타가 만들어 낸... 극중 이름이 생각이 안 나는데, 골렘들 상대할 때 몸통 중앙을 맞춰라, 약점을 노려라.... 하는 대사같은 건 아무래도 TV시리즈에서 제드 대왕이 만들어 낸 진흙골렘들 약점이 몸통 중앙이었던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이거 사실 리타 시즌엔 쥬레인저 고대로 가져와서 약점같은 거 없었는데 제드 시즌 들어와서 생긴 약점이라가지고 미묘한데 ...

 오마쥬라기에는 뭐한데, 영화 맨 마지막에... 시가지에 서 있는 메가조드를 폰카로 찍는 군중들 가운데 초대 토미 올리버와 킴벌리 하트 배우 분이 서 있는거 보고 진짜 존나 소리지를뻔 했습니다. 아마 사람들 별로 없었으면 틀림없이 질렀을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게 헤어스타일까지 시즌 1하고 똑같이 하고 나오는데 그걸 못 알아보는 사람이 어디 있을려고... 게다가 존나 젊어요. TV시리즈 방영한 게 줄잡아 20년 전인데 얼굴리 조금밖에 안 늙은 것 같아요. 찬양하라 갓양인. 이거 진짜 생각도 못 하고 보다가 발견한거라 존나 깜짝 놀랐는데, 2회차 보러 가면 진짜 이거 존나 기대하고 볼 것 같습니다. 다른 배우분들도 나와줬으면 좋았겠는데, 이미 고인이 된 분도 계시고 뭐 그래서 안 나오시지 않을까... 싶긴 하네요. 와 근데 진짜 존나 개깜짝놀랐.... 는데 생각해보니까 토미랑 킴벌리 시즌 3에서 커플 깨지지 않던가. 잘도 같이 나왔네.

 사실 영화 자체는, 수퍼히어로 탄생편... 같은 느낌이라 쫌 텐션이 낮아요. 그냥 TV판 파워레인저처럼 휙휙 지나가는 게 아니라, 레인저들 각성하는데만 한 시간 넘게 걸리고 그래서 기대치가 높은 사람한테는 쫌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걸 이런저런 오마쥬들로 재미를 주면서 시간을 이어가는데, 솔직히 저거는 올드 팬 아니면 좀 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루하지 말라고 중간에 잭이 마스토돈 타고 깝치는 장면이 있긴 한데 이것 가지고도 중간에 쫌 루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액션 자체도 뭐 그럭저럭 괜찮았고, 레인저 수트도 마치 OVA판 진 겟타로보 보는 느낌이라 괜찮긴 했는데 다이노조드 전투씬은 존나 재미없었네요. 다이노조드 디자인 바뀐 것들은 꽤 간지나보이긴 했습니다만, 전투씬이 딱히 어떤 조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뭐 그런 건 아닌데데가 워낙 정신없이 카메라가 돌아가고, 골다가 쓸데없이 황금번쩍하는 바람에 집중이 좀 잘 안 되긴 했습니다. 그와중에 티라노 조드는 TV시리즈의 직립보행이 아니라, 최근에 연구되는 티라노 사우르스처럼 허리 구부정한 모습이었다던지, TV시리즈에서는 존나 잉여 오브 잉여였던 프테라닥틀이 의외로 활약을 많이 한다던지... 하는 점은 있었는데 하여튼 노잼. 메가조드 전투는 쫌 괜찮긴 했는데, 거대전투는 하여튼 재미없었습니다.

 해서 영화 다 보고, 쿠키 영상에서 토미 올리버 애타게 찾는 것도 보고, 스탭롤 지나가는거 보고 화장실갔다가 나오는데 고고 파워레인저 음악 나오길래 존나빨리 극장으로 돌아가보니까 스탭롤 나오는 중간에 BGM으로 고고 파워레인저 살짝 집어넣었네요. 근데 이거 들으러 다시 온 게 저 혼자뿐이 아니어서 존나 반가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듣자하니 이거 시리즈 자체를 6-7부작정도로 기획하고 있다는데, 떡밥은 하여튼 많이 나왔어요. 에일리언 레인저나 지오레인저같은 떡밥도 있고, 2부는 일단 이블 그린 레인저겠다 싶기도 하고. 1부야... 극중 텐션으로 말하자면 아이언맨 1이나 배트맨 비긴즈같은... 뭐 그쪽에 비교하면 미안한 마음은 들지만 텐션만 가지고는 저 둘 비스무리하긴 한데, 차기작으로 가면 뭐 액션 파트도 늘어나고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듭니다.

 솔직히 올드팬들 아니면 추천하긴 힘든 영화긴 하겠는데, 그럼에도 2부 이후를 기대하고 있다면 1부는 봐야 영화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쉽지 않을까... 하는 애매한 노선에 놓인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만약 보는 사람이 올드팬이다? 갈아입을 바지 지참하고 재갈 물고 봐야 좋은 영화겠다, 싶네요. 물론 올드...는 아니지만 팬인 저는 존나 만족스럽게 봤습니다. 몇 번 더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와 진짜 존나 갓갓영화 인생영화.

덧글

  • Rudiyayo 2017/04/21 06:29 #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은 거의 날라가고 향수만이 남았지만, 토미의 첫 등장과 힘을 잃는 에피는 아직도 생생하게 추억합니다. 시간 날때 꼭 관람해야겠군요.
  • 狂君 2017/04/21 21:58 #

    우리나라에선 시즌 2를 날려먹는 바람에, 화이트레인저로 멋지게 부활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못 본 게 아쉽습니다. 나중에 에피 챙겨보긴 했지만요.
  • 엑스트라 2017/04/21 11:05 #

    추억보정, 정말 정성들여 현실에 맞게 만들어놨더군요.... 오로지 메가조드만 문제라는.......
  • 狂君 2017/04/21 21:57 #

    다이노조드는 전투씬이 구린데 디자인이 괜찮았고, 메가조드는 전투씬은 나쁘지 않은데 디자인이 괴랄하고... 적당히 밸런스 맞췄나보네요 읭?

    아 근데 진짜 잘 만들었습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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