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의 끝'을 읽었습니다. BOOK

 이사할 때 전후해서 아서 C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을 읽었습니다. 오래 된 걸작이고, 그 내용 및 충격적인 반전, 결말에 대해서도 익히 알려져 있는 바니 굳이 스포일러 어쩌고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1953년에 출판되었다고 하는데, 그 당시에 벌써 '외계종족의 인도에 의한' '인류의 정신적 진화 및 통합' ...이라는 요소를 다루었다는 점이 꽤 충격적입니다. 인류의 집단 무의식에 각인된 '종족을 끝장내는 존재'로서의 악마의 기억이라던지, 다음 세대로 진화를 끝마친 '지구인의 후손'들이 지구를 통째로 발라먹고 우주로 날아가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는 섬뜩하게까지 느껴지더군요.

 역자 후기에도 나와있었지만 에반게리온 후반의 인류보완계획, 혹은 이데온의 이데나 제6문명인, 수퍼로봇대전 알파 시리즈의 무한력같은 지극히 한쪽 방향으로만 치우쳐진 요소가 생각나기도 합니다만, 저는...
 
 '진화'를 다루고 있는 시리즈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 요놈들이 생각났습니다.
 굳이 OVA판뿐만이 아니라 원작, 특히 진 겟타로보 편과 아크 편에서 묘사하고 있는 먼 미래를 보면... 정확하게 그렇다, 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지구는 벤케이를 흡수한 겟타 세인트 드래곤 때문에 겟타 로보 생산공장화 된 느낌이라가지고, 겟타 엠페러가 이끄는 겟타 군단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엠페러 쪽의 장군...? 비스무리하게 된 무사시(클론), 혹은 진 겟타와 융합해 버린 료마를 보더라도 지구 인류는 겟타 선이라고 하는 외계 요소에 이끌려, 강제로 다음 세대(혹은 좀 더 진화한 무언가, 여기서는 겟타 로보 군단)가 되어서 우주를 개발살내고 다니는(혹은 작중의 오버로드처럼 다른 문명을 강제진화시키는) 역할을 맡게 된 것 같습니다.

 상당히 삼천포로 빠졌지만 (...) 아무튼 이 작품의 영향인지, 인류의 정신적 통합을 통한 진화를 소재로 한 작품은 꽤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아서씨가 이 작품에서 그러한 형태의 진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데 비해, 의식통합을 긍정적으로 보는 작품도 있고 부정적으로 보는 작품도 있더군요. 특히 아서 씨 같은 경우는 인류에 대해 뭐 크게 실망이라도 한 적이 있으신지(...) 다른 작품에서도 이와 같은 식으로 '현재의 인류'보다는 '인류의 다음 단계'(다음 단계의 인류가 아니라)를 그리셨다고 하는데, 저라면 부정적인 입장에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특히 작 후반부에서, 80년간의 세월을 넘어 지구로 돌아온 잰 로드릭스가 마지막 남은 인류로서 '다음 세대'들이 성장하고,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한 덩어리가 되어서 지구조차 발라먹고 우주로 돌아가는 모습. 그리고 그 광경을 잰이 오버로드들에게 생중계하면서 마지막에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듯한 묘사와 함께 지구 통째로 증발하는 모습은 특히 오싹했습니다. 깨달음을 얻는 것은 좋지만, 그와 동시에 개인으로서의 존재가 사라지고, 보다 거대한 정보통합사념체오버마인드와 융합하게 된다는 것은 - 철학자들이라면 좋아할 지도 모르겠지만, 일개 서민인 저로서는 매력적인 만큼 공포스럽게도 느껴질 것 같습니다.

 결말의 찬/반에 관해서는 그렇다는 말이지만, 아무튼 그러한 결말을 향한 전개에 관해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버로드들에 의해 각종 신비주의가 사라지고, 새로운 것을 창조할 필요도, 의욕도 잃어버린 인류와 그런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느끼며 오버로드를 거부하는 새 구역을 세우기도 하는 인류를 보면 - 작가도 인류의 자립심에 관해서 그렇게까지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어쨌든 후세의 수많은 SF에 영향을 끼친 작가와 그의 대표작을, 60년 후인 지금에나마 읽게 되었습니다. 과연 명불허전, 만족스럽기 그지없군요. 다음에는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읽어봐야겠습니다.

덧글

  • 아서씨는 2012/10/12 12:39 # 삭제


    2차 세계 대전과 일본 히로시나, 나가사키의 핵폭탄 대참사, 미소 냉전, 한국 전쟁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암울하고 절망적인 시대를 직접 체험한 세대입니다. 그렇기에 인류는 어리석고 나약한 존재이며

    스스로를 구제할 수 없다 생각하고 외부의 존재, 오버로드와 인류를 벗어난 단일 정신체로의 진화를 쓴 거겠죠
  • 狂君 2012/10/12 22:52 #

    생각해보면 격동의 세계를 겪은 사람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생각인지도 모르겠네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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