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전쟁」 과거로그


 도시락 전쟁 - ‘반값 도시락’이라는 아이템에 녹아든 늑대들의 투혼, 의지, 성취감.

 을 막 3권을 읽은 참입니다. ‘이 라이트노벨이 대단하다! 2010’에서는 8위를 차지하기도 한, 떠오르는 별과 같은 작품이라고 할까요.


 이 소설의 포인트라면, 우선 각 권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소재는 도시락.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편의점 도시락이라는 것이 보급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일본에서는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도시락이지요. 어쩌면 흔하디 흔한, 싸구려 음식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실로 흔한 서민적 음식을, 오로지 텍스트만으로 읽기만 해도 입에서 침이 질질 고이게 만들 정도의 훌륭한 묘사를 해내고 있습니다. 가령 - 지금 들고 있는 3권입니다만,

「그래도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역시 틀림없다. 단순한 돈가스가 아니었던 것이다.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단면은 마치 길쭉한 국화꽃처럼 얇게 다진 돼지 로스가 여러 겹으로 말려 있었다. 그야말로 윤무. 게다가 그 중심부에 있는 것은 돼지고기가 아니다.
...그렇다, 치즈다! 그것도 얇은 치즈를 넣은 게 아니라, 분명히 처음에는 고형의 두꺼운 치즈였음을 확연히 알 수 있는 양이었다. 열에 녹은 그것이 잘린 단면의 표면을 덮고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위장을 자극했다. 바삭바삭해보이는 튀김 옷, 얇은 돼지 로스를 여러 겹으로 겹친 속살, 잔뜩 들어간 치즈, 그리고 이 볼륨... 굉장한 맛과 초특급 만족감을 먹는 자에게 주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맛의 달인을 비롯하여 초밥왕 같은 요리만화가, 요리의 생생한 묘사와 그를 먹는 사람들의 리액션(이게 좀 심한 만화가 따끈따끈 베이커리)을 가지고 나타냅니다만, 소설은 소설답게 텍스트로 승부합니다. 배고플 때 읽으면 테러가 따로 없지요.

 작가의 탁월한 텍스트 묘사가 드러나는 부분이 또 있다면, ‘고작해야 반값 도시락 노리는 녀석들 주제에 쓸데없이 박력있는’ 격투씬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일상 파트의 감초같은 개그, 평온한 분위기가 전투 모드가 되면 그야말로 어지간한 무협 소설 저리가라 할 정도로 스피디하게, 박력 있게 진행됩니다. 오로지 반값 도시락을 손에 넣기 위한 젊은이들의 얼키고설키고 견제하는 등의 액션이 절로 머릿속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재생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번역자분의 블로그에서는 ‘이 일상과 전투씬의 갭이 또 하나의 재미’라고도 하시더군요.

  아무튼 텍스트만 이정도로 대단합니다. 그러면 캐릭터들은 어떤가? 이게 또 개성들이 흘러넘치다 못해 홍수가 납니다. ..만 일일이 소개하는 건 좀 귀찮고. 2권의 주역인 샤가 아야메가 굉장한 매력을 가지고 있고, 인기도 높은 것 같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오시로이 하나를 대단히 독특한 캐릭터로 들 수 있겠군요. 젤 마음에 들고 (..) 캐릭터에 대해 어떻다 저떻다 하면 살짝 스포일링이 될 수 있으니 패스패스.

 하여튼 위의 표지와 같이, 일러스트레이터 님의 색기 넘치는(하아하아) 그림에 어울리는 캐릭터들이 저 나름대로의 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밖에 세가 새턴에 관한 오마쥬적인 요소를 잔뜩 품고 있는 점이나(가디언 히어로즈 만세), 일상 파트의 개그씬도 재미있고.. 다음 권 주역이 될 것 같은 캐릭터의 떡밥도 잘 뿌려놨다고 할까요.

 굳이 단점이라면, 대항 세력의 속성이 언뜻보면 대충 비슷비슷해 보인달까... 깊게 생각할 요소랄 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 점 정도가 있겠습니다만, 도시락 시식 묘사하고 전투씬 묘사만으로도 상당히 훌륭하기 때문에 이런건 없어도 되겠지요. 가볍게 읽기에 좋은 작품이라고 할까요.

 또한 원문의 절묘한 묘사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잘 우리말로 옮긴(것이라 여겨지는..번역문도 저 묘사씬들이 워낙 절묘해서리) 것도 훌륭합니다. 단지 외래어의 표기에 관해서는 살짝 아쉬움이 남는 것이, 가령 3권의 ‘오르토로스’는 원문이 「オルトロス」,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가 때려잡은 머리 둘 달린 개.. ..이건 「올트로스」내지는 「오르트로스」를 너무 일본어 발음식으로 읽었다는 기분이... 혼다 사의 초기 오토바이인 수퍼컵 표기라던가...근데 이건 어차피 일본어니까 뭐 상관없나.

 하여튼 이래저래 근래 읽은 소설(라노베 포함해서) 중에서도 단연 손에 꼽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음권이 기대되는군요. 표지를 보아서는 3권에서 임팩트 있는 복장으로 출현한 아가씨같은데..


덧글

  • Dante 2009/12/17 17:25 # 삭제

    아 저의 경우 시식 부분은 대충 넘어갑니다;;;
    그래도 뭐랄까 인간의 잠든 야성을 일깨우는...남녀 안가리고 폭주하는 전투(식욕?)본능이 마음에 들더군요.
  • 광군 2009/12/17 17:35 #

    3권 후반에서, 후각에 의해 식욕이 돋구어진 늑대들의 전투력 상승을 묘사하는 씬이 좀 대박이더군요. 한참 진지한데 그렇게 웃겨놓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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